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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말하는 한국문화

호주인은 왜 한국 고깃집 시스템이 신세계처럼 느껴졌을까? – 외국인이 경험한 K-외식 문화의 충격

by info-srch 2025. 4. 11.

인터뷰이 소개

이름: 앤드류(Andrew)
국적: 호주 시드니 출신
나이: 28세
방한 계기: 워킹홀리데이 + 한국 문화 체험
한국 체류 기간: 1년째
첫 고깃집 방문 시기: 도착 후 1주일째

 

호주인은 왜 한국 고깃집 시스템이 신세계처럼 느껴졌을까?

Q1. 앤드류, 안녕하세요! 한국 고깃집 처음 갔을 때 어땠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한국에 온 지 딱 1년 됐어요. 처음 고깃집을 간 건 도착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어요. 한국 친구가 “진짜 한국 문화 체험하고 싶으면 삼겹살부터 먹어야지”라고 해서 따라갔죠.

그리고… 딱 들어갔는데, 와, 이건 레스토랑이 아니라 무슨 장비가 가득한 캠핑장 같았어요.
테이블에 불판이 있고, 굽는 도구가 세팅되어 있고, 환기구가 천장에서 내려오고... 그 자체가 놀라움이었죠.
근데 진짜 충격은 그 이후였어요. 고기를 ‘직접’ 굽는다니!
호주에서는 손님이 고기를 굽는 식당은 거의 없거든요. 다 직원이 해주거나, 조리된 상태로 나와요.

 

Q2. 호주에서는 고깃집 문화가 어떻게 다르나요?

우선, 호주에는 한국식 고깃집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고깃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부터가 다릅니다.
호주에서 바비큐는 대부분 야외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에요.
집 앞 마당, 공원 바비큐 존, 혹은 해변 근처 그릴에서 고기를 굽고, 직접 차린 테이블에서 맥주와 함께 여유롭게 먹는 것이 일반적인 ‘고기 문화’입니다.

만약 식당에서 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그건 이미 주방에서 셰프가 조리해서 플레이팅한 상태로 제공되는 스테이크 하우스 같은 곳입니다.
고기를 직접 굽는다는 개념은 거의 없고, "조리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소"가 식당의 기본 개념이죠.
고기를 굽는 과정은 요리사의 영역이고, 손님은 오직 먹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게다가 셀프 서비스 문화가 약한 편입니다.
반찬이라는 개념도 거의 없고, 식사 도중에 뭔가가 부족하면 직원을 불러서 요청해야 합니다.
물, 소스, 냅킨 하나까지도 종업원이 챙겨주는 방식이고, 리필은 대부분 유료입니다.
무엇보다 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직원의 서비스 수준에 따라 10~15%의 팁을 따로 지불해야 하죠.
서비스는 친절하지만, 고정된 흐름 속에서만 움직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 고깃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구조로 설계돼 있어요.
앉자마자 반찬이 기본으로 깔리고, 고기를 직접 굽고, 익는 속도에 맞춰 본인의 스타일대로 조절할 수 있고, 상추나 양파절임, 쌈장 같은 구성품도 셀프바에서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죠.

게다가 호출벨 하나만 누르면 직원이 바로 오고, 필요한 걸 빠르게 처리해주는 시스템은 정말 놀라웠어요.
처음에는 “직원이 고기를 안 구워주네?”라는 낯선 느낌이 있었지만, 이 모든 걸 내가 원하는 속도와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편하고 자유롭다는 걸 알게 되었죠.

알면 알수록, 이 시스템은 단순한 ‘외식 방식’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성향을 반영한 고도화된 문화라는 걸 느꼈어요.
호주에선 느긋함과 위임이 중심이라면, 한국에선 직접 참여하고 조율하며 ‘같이 만들어가는 식사’가 중심이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3. 한국 고깃집에서 가장 놀란 시스템은 뭐였나요?

하나만 꼽긴 어렵지만, 정말 놀랐던 건 불판 교체였어요.
고기를 몇 점 굽고 있는데 직원분이 오더니, 아무 말 없이 쓱 불판을 들어 올리고 새 걸로 바꾸더라고요. 그게 무슨 VIP 대접 같았어요. “이게 기본 서비스라고?” 싶었죠.

그리고 셀프바도 진짜 충격이었어요.
상추, 마늘, 쌈장, 양파절임 같은 것들이 줄지어 놓여 있고,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죠.
호주에서는 소스 하나 리필하려면 종업원 불러서 말하고, 리필하면 추가 요금 받는 데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반찬이 ‘기본’으로 나온다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김치, 콩나물무침, 샐러드, 된장국까지… 이게 다 공짜라고요? 처음엔 못 믿고 “추가 요금은 없나요?”라고 세 번은 물어봤던 것 같아요.

 

Q4. 고기를 직접 구워야 하는 건 어땠어요? 불편하진 않았나요?

처음 고깃집에 갔을 때, 불판 앞에 앉는 것만으로도 살짝 긴장감이 돌았어요.
'내가 이걸 직접 구워야 한다고?' 하는 생각에 당황했고,
‘고기를 잘못 익히면 어쩌지?’, ‘센 불에 태우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 아닌가?’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특히 처음엔 고기의 두께나 굽는 타이밍을 전혀 모르겠어서,
젓가락을 들고도 손이 어정쩡하게 떠 있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여긴 네가 주인공이야. 고기를 굽는 것도 한국 문화의 핵심이야.
센 불이면 어때, 너만의 방식으로 구우면 되는 거지.”
그 말이 낯선 문화에 대한 두려움을 싹 사라지게 해줬어요.
이건 단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어울리는' 순간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기를 굽는 건 불편한 과제가 아니라, 이 문화 속에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졌어요.
불판의 열기, 고기가 익는 소리, 고소한 냄새,
그리고 ‘이 정도면 익었겠지?’ 하고 뒤집었을 때의 짜릿함까지!
이 모든 게 저에겐 작은 축제 같은 순간이 됐어요.

이제는 오히려 제가 직접 고기를 굽는 시간이 제일 기대돼요.
바싹 익히고 싶을 땐 더 오래 올려두고, 지방이 많은 부분은 자주 뒤집어가며 익히는,
‘나만의 고기 굽기 루틴’이 생겼죠.
심지어 제가 굽는 고기를 맛있다고 해주는 친구들도 생겼어요.
“앤드류가 구운 고기엔 뭔가 정성이 들어 있어!”라면서요. (웃음)

지금은 고기를 굽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저 식사의 일부가 아니라, 서로를 챙기고,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는 도구라는 걸 이해하게 됐어요.
저는 외국인이지만, 불판 앞에서는 모두가 같고,
같은 고기를 굽고, 같은 쌈을 싸먹으며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Q5. 지금은 한국 고깃집 문화가 익숙해졌나요?

이제는 고깃집이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작은 행사’처럼 느껴져요.
누군가 생일이면 고깃집 가고, 시험 끝나면 고깃집 가고, 새로운 팀원을 환영할 때도 고깃집 가고…
그 안에 한국 특유의 정(情) 문화가 담겨 있다는 걸 느꼈어요.
함께 고기 굽고, 상추에 싸서 서로 하나씩 챙겨주고, 구운 마늘 얹어주면서 우정도 익는 거죠.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한국을 떠나게 되면 이 시스템이 제일 그리울 것 같아요.
호주에도 이런 고깃집 시스템이 생기면 대박 날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마무리 소감: 앤드류가 느낀 K-고깃집의 진짜 매력

한국 고깃집은 단지 고기를 먹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자율성, 효율성, 정서적 교류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특별한 문화 공간이었어요.
직원이 도와주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내가 직접 하지만 불편하지 않아요.
이 균형 잡힌 시스템이 호주에서는 상상도 못할 외식 경험이 되었고,
이제는 제가 한국을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장면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