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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말하는 한국문화

독일인은 왜 매일 야근하는 한국인을 이해하지 못할까?

by info-srch 2025. 4. 9.

독일인의 눈에 비친 한국 직장인의 일상

독일에서 온 마티아스는 한국의 IT 회사에 외국인 개발자로 입사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업무 환경은 쾌적했고, 동료들도 친절했지만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 바로 퇴근 시간 이후에도 대부분의 직원이 자리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티아스는 오후 6시가 되자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닫고 퇴근 준비를 했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시작인데?”라는 눈빛을 받으며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그에게는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너무 빨리 퇴근하면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팀워크를 고려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이처럼 단순한 퇴근 시간이지만, 그 속에는 문화적 관점의 깊은 차이가 존재했다.

 

일의 업무 문화 – 효율과 자율 중심의 구조

독일의 직장 문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업무 시간은 보통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또는 6시까지이며, 이 시간을 벗어나는 추가 근무는 거의 없다. 독일에서는 야근을 하는 사람을 칭찬하기보다, 왜 시간 안에 끝내지 못했는지를 먼저 묻는다.
또한 상사는 퇴근 이후 직원에게 연락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정시 퇴근은 권리이자 상식으로 여겨진다. 독일 정부도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법적으로 초과근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독일인에게 한국의 일 중시 문화는 비효율적이거나, 심지어 비합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마티아스 역시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하면서 ‘일을 오래 하는 것’이 반드시 생산성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종종 상기하게 됐다.

 

독일인은 왜 매일 야근하는 한국인을 이해하지 못할까?

한국의 야근 문화 – 경쟁과 책임의 상징

한국에서 야근은 단순히 일이 많아서라기보다, 직장 내 문화적 압력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팀장이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 부하 직원은 나가기 어려워하고, 팀 분위기를 고려해 퇴근을 미루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신입사원일수록 ‘늦게까지 남아 있는 모습’을 통해 성실함을 어필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가 존재한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기를 거치며 ‘많이 일하는 것이 곧 성실함’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았다. 특히 대기업 문화에서는 상명하복 구조와 계층적 업무 방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야근은 책임감과 조직 충성도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여겨지며,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대기 상태는 마치 일상이 되었다. 독일인 마티아스는 처음엔 이 문화를 수용하려 했지만, 점차 개인의 삶이 없는 삶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다.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조율

시간이 흐르면서 마티아스는 한국 동료들과 점차 소통을 넓혀갔다. 그는 단지 한국의 야근 문화가 낯설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호 책임감, 조직 문화, 그리고 생존 경쟁의 흔적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이런 문화가 직장인들의 건강과 가족관계, 정신적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팀 내 회의에서 업무 효율성과 워라밸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몇몇 동료들과 자율적인 퇴근제를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팀원들도, 업무 성과가 떨어지지 않음을 확인한 후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이 경험은 마티아스에게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한국과 독일,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글로벌 조직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임을 실감했다. 야근이라는 작은 일상 속에도, 우리는 서로의 삶과 가치를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