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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말하는 한국문화

외국인이 처음 겪는 한국식 인사와 존댓말 문화-언어를 통한 사회적 위계와 문화 내면화의 시작점

by info-srch 2025. 4. 25.

한국식 인사의 기호적 실천과 외국인의 초문화적 충돌

한국에서의 인사 행위는 외국인의 문화 체험 가운데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상호작용적 실천이며, 그 문화적 밀도와 상징적 층위로 인해 종종 초문화적 충돌을 야기한다. 이는 단순히 ‘안녕하세요’라는 말이나 고개 숙임의 형식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시작과 지속을 위한 사회적 약속 행위로 기능하며, 나이, 지위, 성별, 관계 맥락에 따라 섬세하게 조율되는 기호적 실천 체계다. 인사에는 보이는 동작 이상의 문화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이는 프랑스 기호학자 로랑 부르주아가 언급한 ‘사회적 몸짓의 내면화된 질서’로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의 인사란 신체 언어와 언어 기호가 결합된 관계의 선언이며,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사회적 위계와 감정 조정의 초기 선언인 것이다.

외국인은 이러한 인사 문화에 처음 직면했을 때, 자국 문화에서의 인사와 비교해 과도하게 형식적이고 경직된 예절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구권의 악수나 간단한 안녕 인사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인사의 높이, 고개 숙임의 각도, 손의 위치, 인사 후 말의 형식까지 모두 관계 맥락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외국인에게 문화적 과잉정보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인사는 단지 만남의 형식이 아니라, 관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정서적 예비 구조이자 상호 신뢰 형성의 초입으로 간주된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고맥락 문화 이론에 따르면, 한국은 명시적 언어보다 배경적 메시지를 중시하는 사회이며, 인사는 그 비언어적 코드가 가장 농축되어 드러나는 문화적 경계면이다. 외국인이 이러한 인사 행위를 수동적으로 모방하는 단계를 지나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될 때, 그것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문화 내면화의 실천적 출발점이 된다.

 

외국인이 처음 겪는 한국식 인사와 존댓말 문화-언어를 통한 사회적 위계와 문화 내면화의 시작점
외국인이 처음 겪는 한국식 인사와 존댓말 문화-언어를 통한 사회적 위계와 문화 내면화의 시작점

존댓말 체계와 언어를 통한 권력의 수행

한국어의 존댓말은 외국인이 한국어 학습 과정에서 가장 먼저 경험하는 언어적 장벽이며, 동시에 한국 사회의 관계 윤리와 사회적 위계 구조를 내포한 언어적 질서의 중심이다. 존댓말은 그 자체가 사회적 정보를 내포한 기호 체계로, 발화자와 청자 간의 상대적 지위, 연령, 역할, 심리적 거리 등을 언어적으로 코드화한다. 이는 사회언어학적 위계 구조가 언어 문법에 깊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외국인은 이 체계를 단순히 문법적 규칙으로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그 사회문화적 맥락과 감정적 함의를 함께 체득해야 한다. 존댓말 사용의 미묘한 어미 선택과 단어 변형은 일상 속에서 권위, 친밀감, 거리 유지, 감정 조절을 정교하게 수행하는 언어 전략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언어 체계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은 문화적 당혹감뿐 아니라, 사회적 실수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말을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맥락을 오독하거나 상대방의 감정 상태에 맞지 않는 언어 선택을 했다는 죄책감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언어학자 델 하임스가 제안한 화용적 적절성(pragmatic appropriateness)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의 존댓말 사용은 단어의 정확성과 문법성보다, 사회적 문맥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 된다. 특히 회사, 학교, 가족과 같은 권력 구조 내에서의 언어 사용은 권위와 복종, 연대와 소외, 친밀함과 거리감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동반하며, 존댓말은 이 모든 감정의 미세한 경계를 유지하는 언어적 조정 장치로 작동한다.

외국인은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언어가 단순한 의미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성과 사회적 질서 유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문화적 시스템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는 언어 사회화(language socialization)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외국인은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관계 윤리를 학습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존댓말은 외국인에게 있어 단순한 언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되기 위한 감정적 규율의 통과의례로 기능하게 된다.

 

언어를 통한 감정 조율과 외국인의 정서 인식 변화

존댓말과 인사법은 한국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서적 장치이며, 외국인이 이 언어 체계를 습득하는 과정은 감정 표현 방식에 대한 내면적 전환을 요구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간접적이고 상황에 따른 표현 방식을 중시하며, 이러한 문화적 감정 전략은 언어 실천을 통해 구체화된다. 이는 감정사회학자 아르리에 호흐실드가 언급한 감정 규칙(emotion rules)과 감정 실천(emotion work)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즉, 감정은 단지 내면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형식에 맞게 조정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실천의 대상이며, 언어는 그 감정 실천의 핵심 도구로 작용한다.

외국인은 처음에는 이 감정 표현 방식의 간접성과 규범성을 이해하지 못해 문화적 혼란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감사나 사과의 감정을 표현할 때, 외국인은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표현을 선호하지만, 한국어에서는 정중한 존댓말과 함께 상황에 맞는 언어적 완충 장치가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 발화의 타이밍과 높임의 정도, 맥락에 대한 해석까지 포함하는 정서적 언어 수행이며, 외국인은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감정 표현 방식 자체에 대한 인식을 조정하게 된다. 결국 한국의 인사와 존댓말은 외국인에게 감정이 언어를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수행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며, 감정 표현의 다양성과 문화적 상대성을 이해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언어 기반 감정 실천의 경험은 외국인의 정서 인식 구조 자체를 점차 변화시키는 심층적 문화 학습 과정으로 이어진다.

 

언어 실천을 통한 문화 내면화와 정체성의 재조정

외국인이 한국의 인사법과 존댓말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하는 과정은 단순한 언어 기술의 습득을 넘어서, 타문화적 가치와 관계 윤리를 자기 내부로 통합하는 문화 내면화(cultural internalization)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인사와 존댓말은 외적 규범의 모방에서 시작되어, 자율적 실천으로 이행되는 언어적 전환점이 되며, 이는 곧 개인의 정체성 구조를 재조정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문화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해석적 전환(self-reflective transformation)이라고 설명하며, 언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특정한 감정과 관계 구조를 수행하면서, 개인의 감정 표현 방식과 세계 인식 방식이 점차 변화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러한 내면화는 외국인에게 이중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하나는 타문화에 대한 이해의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자문화와의 비교를 통한 반성적 사고의 강화다. 외국인은 한국의 언어 실천을 통해 관계 중심적 감정 질서와 위계 기반의 상호작용 방식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속한 문화의 평등지향적 언어 관습이나 개방적 감정 표현 방식이 보편적인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동시에, 자신이 새로운 언어 구조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경험하면서, 언어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넘어 존재 방식을 구성하는 틀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과정은 궁극적으로 외국인이 자신을 단일한 문화 정체성에서 벗어나, 다중적 감수성과 문화 간 소통 능력을 갖춘 세계시민적 주체(global cultural subject)로 성장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국의 인사와 존댓말 문화는 이처럼 언어를 매개로 한 정체성의 재구조화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문화적 통로로 작동한다.